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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임산부의 급성 충수돌기염 (맹장염, Acute appendicitis in pregnancy)

by 치료소개구리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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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에게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 중 수술이 필요한 가장 흔한 질환급성 충수돌기염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임산부에게 급성 충수돌기염이 발생하면 일반적인 충수돌기염 환자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하고, 그 치료법도 굉장히 고민스러워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주제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인 충수돌기염에 대한 정보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s://drfrog.tistory.com/15

 

급성 충수돌기염 (Acute appendicitis)

흔히 맹장염이라고 알려진 급성 충수돌기염은 맹장 아래에 붙은 충수돌기에 발생한 염증을 의미합니다. 먼저 이 질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급성 충수돌기염의 병태생리 (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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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rfrog.tistory.com/20

 

급성 충수돌기염의 수술적 치료 (Surgical treatment of acute appendicitis)

지난 글에서 충수돌기가 무엇이고 어디에 위치한 장기인지, 급성 충수돌기염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급성 충수돌기염의 치료법인 수술에 대해서 설명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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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증상

2. 진단
    1) 영상 검사
        가) 초음파
        나) MRI
        다) 복부 CT

3. 치료 (수술)
    1) 개복
    2) 복강경

4. 태아에게 미치는 전신마취의 영향

 

1. 증상

임산부에게 급성 충수돌기염이 발생하면 비임산부에게 발생할때와 유사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초기엔 명치 부근이나 배꼽 주변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점점 우하복부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통증으로 양상이 변화하게 되는데, 임산부에서는 이 부분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임산부에서는 임신 주수와 관계 없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우하복부, 즉 맥버니점 (McBurney's point)에 통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우측 하복부의 맥버니점 (McBurney's point)

하지만 임신 후기 (임신 말기, Late pregnancy)에 이르러서는 종종 통증이 우측 복부의 중간이나 우측 상복부에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처럼 태아가 자라나면서 점차 충수돌기 (appendix)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꼬리같은 구조물이 충수돌기 (appendix)입니다.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978-3-031-26021-6_15

충수돌기의 길이나 위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임신이 진행하면서 충수돌기가 위치하는 곳은 더욱 다양해지게 됩니다. 이것이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가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임산부에게 급성 충수돌기염이 발생하게 되면, 의사의 복부 진찰에서 나타나는 압통 (Tenderness)이나 반발 입통 (Rebound tenderness)마저도 약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성 충수돌기염에서 흔하게 나타나지 않는 위치에서의 통증을 호소하고, 의사의 신체 진찰 소견마저 모호해져버릴 수 있어서 진단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2. 진단

위의 임상적 특성때문에 임산부가 우측의 복통을 호소하면 더욱 면밀한 진찰이 필요하고, 급성 충수돌기염을 항상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비임산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진단을 위해서 임상 양상 (호소하는 증상), 신체 진찰 소견, 열의 유무, 혈액검사 소견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명치나 배꼽에서부터 시작한 불편감이 우측으로 옮겨간다는 특징적인 모습, 신체 진찰에서 나타나는 압통이나 반발 압통, 38도 이상의 체온, 백혈구 증가증은 급성 충수돌기염을 의심케하는 소견들입니다. 물론 우측 하복부의 통증이 우측 중간이나 상복부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있습니다. 임산부는 정상적으로 백혈구 수가 증가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1mm³ 당 10,000개를 넘어가는 백혈구가 보이면 백혈구의 수가 증가했다고 판단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에서는 정상적으로도 1mm³당 16,000개 이상 측정되는 편이며 임신 3분기 (임신 후기)에 이르러서는 29,000개까지 증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백혈구 증가증을 판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1) 영상 검사

이렇듯 판단이 모호해지면 영상 검사를 고려해야만 합니다. 보통은 급성 충수돌기염을 진단하기 위해 복부 CT를 촬영하는데, 이 검사가 진단하기에 가장 쉽고, 빠르며, 경제적인데다 정확하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산부라면 어떨까요? 임산부에게 방사선 노출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방사선의 단위로 이야기하자면 30mGy (밀리그레이) 정도의 노출로 태아에게 암이 발생할 수 있고 50mGy로는 유산될 위험이 있습니다. 촬영하는 기법에 따라 달라지지만 1회의 복부 CT에서 보통 10-20mGy 이상의 방사선 노출이 되는 편이니, 꽤나 위험합니다.

가) 초음파

그래서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검사는 방사선이 없어 안전한 초음파입니다.

임산부에게 초음파를 시행한 모습이고, Appendicitis라 표시된 부분이 염증이 있는 충수돌기의 모습입니다.

초음파에서 충수돌기의 직경이 6mm를 넘어서고, 초음파 탐지자로 압박을 주면서 눌러보았을 때 충수돌기가 납작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급성 충수돌기염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진단이 아주 명쾌하고 쉬울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임산부에서는 충수돌기의 위치가 아주 다양하고, 초음파는 검사의 난이도가 높아서 시술자의 경험에 따라 정확도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나) MRI

그래서 초음파로 진단이 어려운 상황에는, 다음 단계로 MRI를 고려합니다. MRI역시 방사선 노출이 없어서 태아에게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흰색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 충수돌기염입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jmri.23765

이 사진에서도 충수돌기염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데, 사실 MRI로 충수돌기염을 발견해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하지 않으면 충수돌기에 염증이 있는 것인지, 정상적인 상태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다) 복부 CT

초음파도 어렵고, MRI도 어려우면 어떻게 진단해야 한다는 걸까요? 이 때는 어쩔 수 없이 복부 CT를 촬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CT를 촬영하기엔 너무 위험하니 특별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CT를 촬영하는 기법을 조정하면 태아에게 노출되는 방사선 양을 3mGy 미만으로 낮출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30mGy에 한참 못미치는 양이므로 비교적 안전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흰색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 충수돌기염입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887217109000821

그러므로 급성 충수돌기염이 의심되는 임산부에개 어떤 검사방법으로 평가해야 할지는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3. 치료 (수술)

급성 충수돌기염의 가장 명확한 치료법은 수술입니다. 급성 충수돌기염이 방치되는 경우 천공 (구멍 뚫림, perforation)의 위험이 높아지게 되고, 염증덩어리인 충수돌기에 천공이 발생해버리면 복강 내 농양 (고름집, intra-abdominal abscess)을 형성하거나 복막염 (peritonitis)을 유발하게 됩니다. 천공은 태아 사망의 위험까지 존재하는 위험한 상황이므로 진단이 명확하다면 수술이 필요합니다.

급성 충수돌기염의 수술법에는 개복과 복강경의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두 수술 방법 모두 안전하므로 선택 가능합니다.

1) 개복

개복을 선호하는 쪽에서는 복강경 수술에 비해서 태아 사망의 위험이 낮다는 점, 복강경 수술에 비해 수술 후 조산의 위험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의 태아 사망 위험은 개복의 1.8배 정도로 나타났고, 복강경에서 0.46주 정도 빨리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2) 복강경

복강경을 선호하는 쪽의 의견은 개복에 비해 복강경 수술의 합병증 발생 빈도가 더 적었고, 입원 기간이 개복에 비해 짧아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수술 후 0.94일 정도 일찍 퇴원했다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들 연구에서는 수술 시간이 비슷하고, 출생아의 체중이나 조산의 위험성, 제왕절개의 빈도와 같은 요소가 모두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수술 방법은 산모와 집도의가 신중하게 고민해서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4. 태아에게 미치는 전신마취의 영향

임산부가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수술을 받는다면 당연히 전신마취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아에게 마취제는 안전할까요?

다행히 특정 마취제가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마취제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ugammadex라는 약 (마취를 깨우는 단계에서 사용하는 약입니다.)은 산모의 프로게스테론 (여성 호르몬의 일종) 농도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이는 임신 중  자궁의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마취과 의사가 당연히 신경쓰는 부분일테니 수술을 앞두셨다면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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