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보관함에 잠들어있는 카이저스트 (카시오 MTP-1302D-1A1)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가격대비 훌륭한 마감과 성능, 거기에 빠지지 않는 외모까지 가지고 있는 카시오만의 매력을 느끼고자 구입한 시계인데 결국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브레이슬릿이 싼티난다고 느껴 검은색 가죽 스트랩으로 교체해서 사용하고 있었고, 처음엔 잘 어울린다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마저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검은색 가죽 스트랩을 체결한 모습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drfrog.tistory.com/434
점잖은 검은 스트랩을 진중한 옷차림에 매치하려 하니 카시오라는 브랜드가 마음에 걸려 잘 손이 가지 않습니다. 드레스 워치로 사용할 다른 시계가 있기도 하고(티쏘, Tissot),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 카시오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느껴지기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티쏘 클래식 드림 시계가 궁금하시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카시오는 저가시장에서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보여준다고, 어쭙잖은 눈속임은 하지 않는다고 어느 시계 유튜버가 말한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버의 저 이야기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하며 제 시계를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굉장히 싼 가격의 시계이지만 품질 관리(Quality control)가 훌륭합니다. 흠집이나 먼지하나 없이 깨끗한 다이얼, 어긋남 없이 잘 정렬된 인덱스, 균일한 핸즈의 야광까지, 더 비싼 시계에서도 종종 마주하게 되는 문제가 카시오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신뢰할만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카시오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카시오는 어떤 시계를 만들고 있고, 저는 이 시계를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요?
오늘날 손목시계는 시간이나 날짜를 읽는다는 목적을 상실했고, 패션 아이템이나 사치품으로써의 역할만이 남아있습니다. 즉, 손목시계의 본질은 패션 아이템 혹은 사치품이라는 것이지요.
카시오가 '손목시계의 본질에만 집중하는 브랜드이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카시오가 패션 아이템으로써의 시계를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됩니다. 사치품은 기본적으로 고가의 물건이므로 저가 시장을 지배하는 카시오에겐 맞지 않는 것이지요.
따라서 미네랄 글라스라는 점, 스테인레스 케이스가 아니라는 점, 깡통 브레이슬릿의 싼티나는 찰랑거림과 같은 부분은 '사치품'에서나 아쉬워할 부분이지, '패션 아이템'으로써의 시계에서 개선을 기대할 부분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카시오는 훌륭한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고, 카시오 역시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카시오 시계를 구입했다면, 저 역시 카시오에게 사치품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하면 안됩니다. 훌륭한 패션 아이템이므로, 옷차림에 맞는 악세사리로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깡통 브레이슬릿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하고싶었습니다. 카시오가 자신있게 만들어낸 모습 그대로 즐겨보고 싶어졌습니다. 조금 찰랑거리면 어떤가,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번쩍번쩍 광이 납니다. 손목에 팔찌를 두른 느낌을 확실하게 내주고 있습니다. 카시오가 바라던 이미지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이 시계에서 고급스런 느낌따위는 전혀 고려할 부분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브레이슬릿의 바깥쪽은 브러시처리가 되어 광택을 눌러놨고,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중앙부분은 폴리시처리가 되어 반짝입니다. 보기좋은 디자인입니다.
또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하니 두께가 굉장히 얇습니다. 검색해보면 9.2mm라 나오는데, 10mm 미만의 두께이니 착용감이 훌륭합니다. 브레이슬릿도 가벼워서 전체적인 착용감이 좋다 느껴집니다.
낑낑대며 스트랩을 바꿔놨으니, 종종 꺼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작 손목시계가 뭐라고, 싶지만 나름 깨달음을 얻은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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