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에서의 급성 충수돌기염 (맹장염, Acute appendicitis in children)

1. 해부학 (Anatomy)

대부분의 정상 소아에서 충수돌기는 우측 하복부에 위치하고, 맹장 (cecum)의 후방 내측에서 시작되는 구조입니다. 충수돌기의 끝부분은 환자마다 다양한 모양새를 보이지만 60% 이상의 경우에서 맹장의 뒷쪽 (retrocecal)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충수돌기는 보통 6~10cm 정도의 길이를 가집니다.

충수돌기가 향하는 방향 중 맹장의 뒷쪽 (retrocecal type)이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Appendix (anatomy) - Wikipedia

 

그림에서 왼쪽 아랫쪽에 보이는 Cecum이 맹장, Appendix가 충수돌기에 해당합니다.

 

만약 소아가 위장관 위치의 선천적인 기형을 가진 경우에는, 충수돌기의 위치도 그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좌우가 바뀌는 경우도 있고, 특정한 기형에 대한 수술 후 위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아래에서와 같이 소아에서 관찰되는 충수돌기가 구조적으로 성인과 다른 점이 있어서 충수돌기의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1. 생후 1세까지 (영아)는 충수돌기가 가느다란 터널의 모양이라기 보다는, 입구가 더 넓은 깔때기 모양이라서 막힐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2.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림프 소포 (lymphoid follicle)가 맹장의 상피에 여기저기 산재해있는데, 청소년기에 도달하면 이 여포가 최대크기에 도달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충수돌기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성인의 경우 충수돌기염이 심하게 진행하여 천공 (구멍 뚫림, perforation)이 발생하더라도 장간막 (omentum)이 염증성 물질들을 감싸며 복막염의 진행을 막고, 국소적인 농양 형성을 유도할 수 있는데 소아에서는 장간막이 덜 발달해서 천공이 곧바로 범복막염 (panperitonitis)과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병태생리 (Pathophysiology)

급성 충수돌기염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충수돌기의 입구가 막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변 덩어리이고, 소화가 덜 된 음식이나 이물질을 삼킨 경우, 과도하게 커진 림프 소포 덩이, 기생충 등의 요소가 충수돌기의 입구를 막아서 충수돌기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충수돌기의 입구가 막히면 이러한 상황은 내장통 (visceral pain)을 유발하게 되어 배꼽 주변의 불편감이나 통증을 유발하기 시작합니다.

 

입구가 막혀버린 상황을 충수돌기 입장에서 바라보면, 충수돌기의 안쪽은 출구가 없는 갇힌 공간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세균의 증식을 유발하게 되고, 증식이 진행되면서 충수돌기 벽의 염증 (inflammation), 허혈 (ischemia), 괴사 (gangrene), 천공 (perforation)이 순서대로 발생하게 됩니다. 

 

충수돌기의 염증은 국소적인 복막염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 때는 오른쪽 하복부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통증이나 의사의 복부 진찰에서 드러나는 우하복부 압통이 보이게 됩니다.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처음 12시간 이내에는 천공의 위험성이 낮지만, 72시간을 지나면서 그 위험성은 높아집니다.

 

 

 

3. 역학 (Epidemiology)

급성 충수돌기염은 소아에게 복부 수술을 요하는 가장 흔한 응급질환이고, 복통을 호소하는 소아의 1~8% 정도는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진단됩니다. 

 

발병률은 생후 4세까지 매년 10,000명당 1~6명꼴로 빈도가 증가하고, 14세 이전의 소아에게 10,000명당 19~28명 정도의 빈도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최대 호발 연령은 10대이고, 5세 이하의 소아에게는 급성 충수돌기염이 진단되는 빈도가 5% 미만일 정도로 드뭅니다.

 

6세 이하의 어린이에서는 더 심한 상태로 진행하는 비율이 전체 충수돌기염의 57% 가량을 차지합니다. 이는 어린 소아의 급성 충수돌기염이 비전형적인 증상을 유발하게 되어 진단이 늦어진 결과로 해석됩니다. 또한, 소아에서는 질환의 진행 속도도 빠른 것 역시 하나의 요인이 됩니다.

소아에게 빠른 진단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증상이 지속된 시간이 길수록 천공의 위험성은 더 높아집니다. 아래의 연령별 천공 위험성에서 보듯이, 더 어릴수록 천공의 위험성이 높으니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더욱 신경써야 하겠습니다.

• 신생아: 73~83%
• 5세 미만: 51~100%
• 5~12세: 11~32%
• 13세 이상의 청소년: 10~20%

 

 

4. 임상 증상 (Clinical manifestations)

급성 충수돌기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식욕부진 (잘 먹지 못함)
• 배꼽 주변의 통증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
• 배꼽 주변의 통증이 증상이 시작된지 24시간 이내에 우측 아랫배로 옮겨가는 양상
•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짐
• 구토 (주로 복통이 시작된 이후)
• 발열 (증상이 시작된지 24~48시간 이후 나타나는 편)
• 우하복부 압통 (Right lower quadrant tenderness, RLQ tenderness)
• 국소 혹은 범복막염의 징후 (의사의 이학적 진찰에서 드러나는 소견들. Rovsing sign; LLQ 촉진 시 RLQ 통증, Obturator sign; 우측 고관절 flexion & internal rotation 시 통증, Iliopsoas sign; 우측 고관절 extension 시 통증)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들은 학령기 소아 이상이라면 잘 드러나는 편이지만, 더 어린 소아들은 증상의 양상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질환이 진행하는 방식이 달라서 나타나는 특징일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불편함이나 통증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투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복통을 호소하는 소아가 위에 언급된 전형적인 증상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급성 충수돌기염이라는 진단을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어린 나이일수록 더욱 조심해야만 합니다. 

 

아래 연령별 증상에 대해 나열하겠습니다.

1) 신생아 (생후 1개월 미만)

• 복부팽만 75%
• 구토 42%
• 수유량 저하 40%
• 복부 압통 38%
• 패혈증 38%
• 체온 불안정성 (고온이거나 저온인 상태, 열이나 저체온에 해당) 33%
• 축 처지거나 심하게 보챔 24%
• 복벽의 연조직염 24%
• 호흡 곤란 15%
• 복부의 덩이 12%
• 혈변 10%

 

2) 어린 소아 (5세 미만)

• 복통 72~94%
• 열 62~90%
• 구토 80~83%
• 식욕부진 42~74%
• 반발 압통 81%
• 복벽의 긴장 (근육의 긴장상태, muscle guarding) 62~72%
• 복부 전반의 압통 56%
• 국소적인 압통 38%
• 복부팽만 35%
• 설사 32~46%

 

3) 학령기 (5~12세)

• 식욕부진 75%
• 구토 66%
• 열 47%
• 설사 16%
• 구역감, 메스꺼움 79%
• 우하복부에 최대 압통이 나타나는 상황 82%
• 걷기 힘든 상태 82%
• 기침하거나 뛸 때 통증을 느낌 79%

 

4) 청소년기

청소년기의 증상은 성인에서와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열, 식욕부진, 배꼽 주변의 복통이 점차 우측 하복부로 옮겨가며 국한되는 양상, 구토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천공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비의도적인 복벽 긴장 (involuntary guarding)이나 반발 압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5. 결론

소아의 충수돌기 위치와 구조적 특징은 질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들 소아에서의 충수돌기염 발생은 특히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생아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충수돌기염의 증상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이는 진단과 치료 접근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어릴수록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다양한 연령대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 아이의 상태가 의심스럽다면 반드시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겠습니다.

 

 

 

출처
Acute appendicitis in children: Clinical manifestations and diagnosis - UpTo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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